시장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 성공할지 아닐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예상할 수는 있지만 그 예상이 백퍼센트 맞다고 확신하지 못합니다. 제품의 품질과 상관없이 외부의 상황에 따라, 또는 전혀 무관한 운에 의해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기능과 품질을 분석하고 시장상황과 소비자의 니드에 만족하는지 예상할 필요는 있습니다. 의도대로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능력이고 미덕이니까요. 윈도우8 preview를 사용해보고 제 나름대로 분석해보고 이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제품인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9월 14일 윈도우 개발자 preview 버전이 공개되었습니다. http://msdn.microsoft.com/en-us/windows/home/ 에서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설치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 맥미니에서 VMware fusion 4 에서 가상머신에 설치했습니다. 가상머신에서 메모리 1G에 하드디스크 이미지를 60G로 잡았습니다. 호스트OS는 Window 7 x64였고 기본세팅에서 CPU만 듀얼코어로 설정했습니다. 개발툴이 포함된 64bit 버전이었고 설치후 용량이 13G 정도입니다.
설치한 후에 hotmail 계정을 유저로 등록하면 메트로UI로 된 시작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Desktop을 선탠하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에어로UI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다른 사용자들의 사용기와 감상평들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유튜브에 올라온 타블렛 시연기도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보고 미리 알려진 내용이 정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직접 만저보기 전까지 판단을 미룬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인 인터넷의 반응이 의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메트로와 에어로가 겹쳐진 모습이 상당히 불합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는 클리앙에 올라온 리뷰를 참조바랍니다. 저의 생각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리뷰] Windows 8 Preview (1/2)
[리뷰] Windows 8 Preview (2/2)
윈도우8을 칭찬하는 내용은 대체로 세가지 입니다.
- 다양한 하드웨어를 지원한다. 심지어 x86뿐 아니라 arm에서도 설치된다.
- 메트로UI가 산뜻하고 편하다.
- 비교적 저사양의 하드웨어에서도 가볍게 동작한다.
- 메트로UI와 에어로가UI가 조화롭지 못하다.앱이 중복되고 전환이 불편하다.
- 메트로UI는 마우스로 사용하기 불편하고 에어로UI는 터치로 사용하기 불편하다.
제 생각으로는 메트로UI나 에어로UI 각각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타블렛OS에서의 메트로UI는 취향의 호불호는 있을 지언정 iOS와 겨루어 보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추월하지도 않는) 멋진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전혀 상반된 성격의 UI가 기계적으로 합쳐졌다는 점입니다. 터치로 입력하는 UI와 마우스와 키보드로 입력하는 UI가 다르고, 10인치 화면을 사용하는 UI와 24인치 화면을 사용하는 UI는 다릅니다. 전혀다릅니다. 아이콘의 크기, 입력 제스쳐, 시선의 거리, 하나로 통합되어 동시에 제공될 수 없는 환경입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멋진 UI를 만드는 것이 꿈이긴 하지만 적어도 메트로와 에어로가 그렇지는 못합니다. 다른 성격의 인터페이스를 섞어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입니다. 결국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불편할 것을 사용자의 기술로 커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단순히 묘기일 뿐이지요.
도데체 왜 어울리지도 않는 두 UI를 시작 메뉴에 겹쳐서 혼란스럽게 만들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MS가 윈도우8의 성공은 메트로UI라는 멋진 터치용 UI와 이전 윈도우와의 호환성, 이 둘에 달려있다고 판단한 듯 싶습니다. 아이패드가 이미 시장에 나온지 1년 반이 넘어가고 있고 윈도우8이 정식으로 나올 때 쯤이면 2년 이상이 되어 있을 겁니다. 이미 타블렛 시장을 장악했고 제공되는 앱의 수는 어마어마 합니다. 이전 윈도우와 호환되지 않는 메트로UI만 제공하면 초기에 지원되는 앱의 수에서 경쟁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결국 타블렛의 초기 판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타블렛은 폰과 달리 쓸만한 앱도 없이 동영상 보기와 웹브라우징만으로는 구매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초기의 아이패드가 아이폰으로 나온 앱의 지원을 받은 상황과는 달리 윈도우폰7은 아이폰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결국 폰이 아닌 데스크탑의 앱을 지원군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윈도우8은 이미 애플이 2년 이상 장악하고 있는 타블렛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MS는 애써 자신의 타블렛은 윈도우의 연장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합니다만 결과물은 메트로UI는 아이패드가 정답이었다고 시인하고 있습니다. 정전식 터치에 최적화된 UI에 취소 기능의 홈버튼, 그리고 arm. 아이패드에 식상하고 앱이 부족해도 참을 수 있는 일부의 사용자는 구입할 지도 모릅니다. 에어로UI 덕분에 이전 윈도우처럼 사용하려던 타블렛 구매자들은 금방 격렬한 안티가 될겁니다. 데스크탑에서 메트로UI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곧 메트로를 끄고 싶어하겠죠. 그런데 메트로가 사라진 윈도우7의 성능개선판인 윈도우8을 사람들에게 과연 구입하고 싶어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맥OS 라이언이 나왔을 때, 전 좀 실망했었습니다. iOS의 런치패드가 추가되고 미션콘트롤이 스패이스와 익스포제를 개선하고 풀스크린 모드와 화면사이즈 수정등등의 다양한 수정이 있었지만 결국 터치 인터페이스와 마우스 인터페이스는 통합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iOS와 맥OS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즈모도에서 라이언을 비난하고 윈도우8의 통합 인터페이스를 격찬할 때 뭔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윈도우8는 라이언만도 못합니다. 최소한 라이언은 인터페이스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포기했습니다. 윈도우8은 MS 역사상 최대의 실패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ME도 비스타도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실패작이 될 잠재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라면 빨리 메트로UI와 에어로UI를 분리해서 타블렛용 OS와 데스크탑용 OS를 분리하겠습니다. 나중에 받을 원성과 비아냥에 비하면 그나마 호환성을 포기하는게 싸게 먹히는 거라고 봅니다. 애플의 기술력과 비교당하고 패배하면 그마나 점유하던 데스크탑 시장도 잠식당할 수 있겠죠.
그런데 윈도우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불편하면 말던 그냥 주는데로 윈도우8을 쓸거 같습니다. 원래 그런줄 알고요. 아님 그냥 계속 윈도우7 쓰던가.